소설 속 맥주
듀체스 드 부르고뉴
『혼모노』 성해나

'밤의 서점'에서 판매되는 맥주와 안주는 모두 소설 속에 등장합니다.
책방지기가 고른 맥주 3종에는 저마다의 소설 속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바로 듀체스 드 부르고뉴입니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 「길티클럽: 호랑이 만지기」에 등장합니다.
소설 속에는 영화감독 김곤을 열렬히 추종하는 팬클럽 '길티클럽'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김곤이 즐겨 마신다고 알려진 듀체스 드 부르고뉴를, 진짜 팬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의식처럼 함께 마십니다.
화자에게 이 맥주는 사실 낯설고 입에 맞지 않는 술입니다. 원래 즐기던 것은 카스나 하이트 같은 익숙한 국산 라거였지만, 시큼하고 텁텁하기만 한 이 벨기에 맥주 앞에서 화자는 스스로를 다독이듯 되뇝니다.
"마시다보면 길이 들지 않을까. 그래도 김곤이 좋아하는 맥주라니까."
좋아하는 대상을 닮고 싶은 마음에, 원래의 취향까지 애써 바꾸려는 모습이죠.
동경하는 누군가의 취향에 스며들고 싶은 그 마음이, 낯설고 시큼한 이 한 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벨기에 레드에일입니다. 진한 산미와 과실향이 먼저 느껴지고, 뒤이어 은은한 단맛이 여운으로 남아 '와인 맥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알코올 도수는 6.2%로, 삿포로 맥주보다 한결 묵직하고 개성 있는 편입니다.
부샤드 초콜릿 (다크 & 씨솔트)
안주로는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부샤드(Bouchard)의 초콜릿 두 가지, 다크 초콜릿과 씨솔트 초콜릿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듀체스 드 부르고뉴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맥주 중 하나인 만큼, 같은 벨기에산 초콜릿인 부샤드와 함께 곁들이면 산지의 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카카오 72%의 진하고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은 듀체스 드 부르고뉴 특유의 새콤한 산미와 만나 깊은 여운을 남기고,
짭짤한 씨솔트 초콜릿은 달콤함과 짠맛이 산미를 부드럽게 감싸주며 또 다른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한 잔의 맥주에 두 가지 서로 다른 매력의 초콜릿을 곁들여보며, 어떤 조합이 입맛에 맞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낯선 술도 자꾸 마시다 보면 내 취향이 된다고 하죠. 소설 속 화자는 평소 즐기던 익숙한 맛 대신, 동경하는 이가 즐긴다는 이 낯설고 시큼한 벨기에 맥주에 조금씩 마음을 열어봅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닮아가고 싶은 마음, 새로운 세계에 스며들고 싶은 마음 — 그 설렘이 이 한 잔에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취향도, 이 한 잔으로 조금은 넓어질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