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맥주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애덤스

'밤의 서점'이 소개하는 소설 속 맥주,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입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영국 비터 에일 맥주가 등장합니다.
지구가 초공간 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보곤족에게 파괴되기 직전, 주인공 아서 덴트는 외계인 친구 포드 프리펙트의 손에 이끌려 동네 펍 '호스 앤드 그룸'으로 향합니다.
포드는 다급하게 외칩니다.
"쓴 맥주 육 파인트요. 빨리 좀 줘요. 세상이 막 끝장나려는 참이니까."
곧 있을 순간이동 빔이 몸속 염분과 단백질을 앗아갈 것에 대비해, 맥주가 일종의 '근육 이완제'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지구 종말을 코앞에 두고도 태연히 맥주부터 주문하는 이 장면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능청스러운 영국식 유머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만 이 장면에서 애덤스가 구체적으로 언급한 맥주 브랜드는 없습니다.
그저 '비터(bitter)', 즉 영국식 에일 한 종류로만 등장할 뿐이죠.
그래서 '밤의 서점'에서는 이 장면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영국 대표 비터 에일로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를 준비했습니다.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
풀러스 런던 프라이드는 짙은 호박색을 띠는 영국식 비터 에일입니다.
캐러멜과 비스킷을 연상시키는 몰트 향에, 오렌지와 레몬 제스트 같은 상큼한 홉 향이 더해져 있습니다.
마시고 나면 깔끔하고 균형 잡힌 쌉쌀한 맛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특징이에요.
알코올 도수는 4.7%로, 앞서 소개해 드린 삿포로 맥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땅콩 안주 이야기
1970~80년대 영국 펍에서는 땅콩이 그야말로 국민 안주였습니다.
당시 펍에서 구할 수 있는 안주가 땅콩, 감자칩, 돼지껍질 과자 정도가 전부였을 만큼, 짭짤한 땅콩 한 줌은 맥주 한 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이었어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그 시절 펍들이 땅콩을 짜게 만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건데요. 짠맛이 갈증을 부르고, 그 갈증이 맥주를 한 잔 더 부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밤의 서점'에서도 그 시절 펍의 투박하고 편안한 정서를 살려, 심심하게 간이 된 땅콩을 런던 프라이드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세상이 끝나는 순간에도 일단 맥주 한 잔부터 챙기는 여유 —
그 유쾌한 영국식 태연함을 이 한 잔에 담았습니다.
